[커피 문화 인문 시리즈] ② 커피와 여성 – 다방 여급에서 바리스타까지, 한 잔에 담긴 여성의 역사
한 잔의 커피가 여성의 삶을 바꾸기도 합니다. 누군가에게는 생계의 수단이었고, 누군가에게는 자립의 상징이었으며, 또 누군가에게는 일터 그 자체였죠.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는 오늘의 여성에게도, 그 잔은 단순한 음료가 아닐 수 있습니다.
이번 편에서는 커피와 여성이라는 주제를 통해, 한국 근현대사의 다방 문화부터 글로벌 커피 산업에서 활약하는 여성 리더까지, 다양한 시공간 속의 '커피 속 여성'의 이야기를 따라가 보려 합니다.
🧋 1. 다방 여급 – 생계와 낙인의 교차점
1960~80년대 한국 사회에서 ‘다방’은 단순한 커피 판매 공간을 넘어선 복합문화 공간이었습니다. 당시 한국은 산업화의 물결 속에 있었고, 시골에서 상경한 여성들이 도시에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대표적인 일터가 바로 다방이었습니다.
- ‘다방 여급’이라 불렸던 여성들은 커피를 직접 내리거나 서빙하며 손님을 응대했지만, 이 직업에는 낙인과 편견이 따랐습니다.
- 일부 퇴폐적 다방이 언론에 보도되며, 모든 여급이 부정적인 이미지로 일반화되었고, 이는 여성 노동에 대한 사회적 차별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기도 했습니다.
- 그러나 이들은 당시 대안이 거의 없었던 상황에서 경제적 독립의 통로를 선택한 것이었고, 다방은 그들에게 생존과 자립의 공간이었습니다.
낯선 도시에서, 한 잔의 커피를 팔며 하루하루를 버틴 여성들. 다방 여급은 단순한 종업원이 아니라, 한국 여성노동사의 시작점이기도 합니다.
👩🎓 2. 커피와 여성 해방 – 교육, 자립, 공간의 의미
시간이 지나며 커피는 여성에게 있어 단순한 노동의 현장을 넘어, 자기다움과 해방의 상징으로 변화합니다.
- 1990년대 이후 ‘카페’는 여성들이 혼자 시간을 보내는 공간으로 인식되기 시작합니다. 이는 과거 ‘여성이 혼자 외출하는 것’조차 눈총을 받던 시절과 대비되는 변화였습니다.
- 카페는 여성에게 공공 속의 사적인 공간을 제공했고, 책을 읽거나 글을 쓰고, 공부를 하며 스스로에게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을 허락했습니다.
- 동시에 여성들은 점점 커피 관련 직무에 진출하게 되었고, 바리스타 교육과정, 커피 창업, 매장 운영 등을 통해 경제적 독립을 도모하게 됩니다.
이제 커피 한 잔은 단지 음료가 아니라, 여성이 자신만의 리듬으로 삶을 조율하는 시간의 상징이 되었습니다.
☕ 3. 바리스타의 시대 – 기술과 감성의 전문직
2000년대 이후 ‘바리스타’라는 용어가 일반화되며 커피는 단순한 서비스업을 넘어선 전문 기술직으로 자리 잡습니다. 이 변화 속에서 많은 여성들이 바리스타로 진출하며 새로운 전문직 여성상을 만들어갑니다.
- 바리스타 자격증 제도가 생기고, 전문 학원, 고등학교 및 대학의 커피과정까지 등장하며 여성의 진입장벽은 크게 낮아졌습니다.
- 카페 문화는 감성, 디자인, 섬세함을 요구하며, 이는 여성성과 잘 어울린다는 인식이 확산되었습니다. 덕분에 여성 바리스타가 매장 운영자, 강사, 로스터, 심사위원 등 다양한 영역으로 진출하게 되었습니다.
- 특히 최근에는 여성 로스터, 여성 커피 유튜버, 여성 커피 브랜드 CEO까지 등장하며, ‘여성 바리스타’는 더 이상 종업원이 아니라 창의적 리더의 아이콘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.
커피는 이제 여성들이 자기만의 전문성과 브랜드를 세우는 도구가 되었습니다.
🌍 4. 세계 속 여성과 커피 – 생산자에서 소비자까지 연결하다
커피는 전 세계적으로 여성과 연결된 산업입니다. 특히 생산지에서는 여성들이 농작업의 주체이자, 착취의 대상이기도 했습니다.
- 아프리카, 중남미 커피 플랜테이션에서는 여성들이 재배, 수확의 대부분을 맡았지만, 토지 소유권이나 수익 분배에서는 배제되었습니다.
- 그러나 최근에는 여성 커피 농부들이 중심이 된 협동조합과 공정무역 브랜드가 늘어나고 있습니다.
- 예: 페루의 여성농부조합 ‘Café Femenino’, 르완다의 여성생산자 마이크로로트 등
- 커피 산업 전반에서도 **‘젠더 감수성 있는 커피 소비’**가 화두가 되며,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새로운 연대가 형성되고 있습니다.
우리가 마시는 커피 한 잔이, 어떤 여성이 키운 커피일 수 있다는 생각. 이 인식의 변화가 세상을 조금씩 바꾸고 있습니다.
💬 마치며 – 커피를 마시는 당신도, 이야기를 잇는 사람입니다
여성은 커피를 통해 억압을 견뎠고, 또 커피를 통해 해방되기도 했습니다.
이제는 그 한 잔을 스스로 선택하고, 만들고, 전하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.
카페에 앉아 있는 당신, 커피를 내리는 당신, 집에서 커피를 고르고 볶는 당신 모두가 이 커피 이야기를 이어가는 주인공입니다.
오늘 당신의 커피는, 어떤 여성의 삶과 닿아 있을까요? 그 이야기를 기억하며, 천천히 음미해보는 오늘이 되시길 바랍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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